48년 건군(建軍) 이래 한국군은 양적·질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미국, 일본 등 극소수 선진국만이 보유 중인 이지스함 보유도 눈앞에 두고 있다. 73년 ‘율곡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군 전력증강 사업이 시작된 이래 30년간 6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들 무기체계를 움직이고 군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인 병사들의 처우로 눈을 돌리면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병사들이 2년2~6개월간 복무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급식비와 월급, 피복 지급비 등을 모두 합쳐도 한 사람당 467만~543만원에 불과하다. 병사들의 한 달치 월급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일등병의 경우 2만2050원으로 공공근로자 하루 일당(2만2000~2만7000원)과 비슷하거나 적다. 더구나 현역으로 복무 중인 병사들의 76%는 대학재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고학력자지만, 병사 월급은 군 전체 인건비의 2%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군은 고학력자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으면서도 가장 적은 비용으로 운용되는 군대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식비의 경우는 하루 세 끼를 합쳐 4542원. 꼬리곰탕, 카레라이스, 쌀국수, 자장면 등 메뉴가 다양해져 병사들의 의식주(衣食住) 중 가장 많이 개선된 부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의 대형 구내식당이 한 끼당 2000원 이상씩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직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병사들이 입고 신는 것에도 개선할 여지는 많다. 병사들은 군생활 중 전투복, 전투화, 러닝셔츠, 양말 등 30여종의 기본 피복을 지급받는다. 이 중 전투화는 통풍이 잘 되지 않아 무좀에 걸리는 경우가 많고 발뒤꿈치가 까지기 십상이어서 예나 지금이나 병사들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병사들의 생활공간인 내무반 등 병영시설의 개선이다. 현재 병사들의 1인당 내무반 공간은 0.7평. 30명 기준의 소대급 내무반에 40여명이 생활하며 매트리스 2장에 3명이 ‘칼잠’을 자야 한다. 또 내무반의 39%는 60~70년대에 건립돼 겨울엔 춥고 여름엔 찜통이 된다. 현재 우리 병사들의 1인당 내무반 공간은 미국·일본(3평) 같은 선진국은 물론, 우리보다 병력이 3.3배나 많으면서 1인당 GNP가 적은 중국(2.6평)보다도 크게 뒤떨어진 것이다.
국방부도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올해 초 내년도 병사 월급을 100% 인상하고 향후 5년간 2조6000억원을 투자해 현재의 소대 단위 침상형 내무반에서 분대 단위 침대형 내무반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계획은 시행 첫해인 내년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예산 증액률이 국방부의 기대에 못 미치면서 병사 월급은 50%만 증액되고 병영시설 개선계획도 상당기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예산부처와 국방부는 “어려운 국가살림 때문에 국방비 대폭증액이 어렵다” “국방예산 증액이 적게 이뤄져 시급한 병사 처우개선이 어렵다”며 서로 미루는 듯한 양상이다. 하지만 단순히 예산 탓만 하기엔 병사들의 처우개선은 너무나 시급하고 중대한 현안이 됐다는 생각이다. 병사들이 군에 입대하면서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는 병영이 존재하는 한 병사들의 자살 등 군기사건이 계속 생기고 군입대에 대한 거부감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병역의무 이행이라는 ‘국민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 병사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주는 것이 ‘국가의 도리’ 아니겠는가.
[장병시설] 2003년 병영시설은 아직도 60년대 (2003.03.05)
강원도 화천 육군 모사단에서 2년째 대대장으로 있는 A(41) 중령은 요즘 부하 병사들을 보면 안쓰러움이 앞선다. 지은 지 40년이 다 돼 가는 내무반에 단열·방수 처리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눈이 녹으면 물이 새고, 난방이 꺼지면 실내 온도가 군 규정 온도보다 6~7도나 낮은 10~12도까지 떨어지기 일쑤다.
한여름엔 내무반 온도가 거의 매일 30도 이상 올라가 아예 창문을 떼낸 뒤 모기장을 쳐놓고 잠을 잤다. 50~60명이 몰려 잠을 자는 내무반에 설치된 선풍기는 고작 6대. 물도 부족해 주민들의 집수정에서 물을 끌어다 쓰며 하루 두 차례 30분~1시간씩 제한급수를 하기도 했다. A중령은 “수세식 화장실이 있지만 물이 없어 아예 사용하지 못하고 실외 화장실을 쓰는 경우가 많아 추운 겨울에 병사들의 고생이 심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최근 군 병영시설 실태조사를 한 내부자료에 따르면, 전체 육군 대대급 막사의 30%가 50~65년에 건립돼 38년 이상 됐으며, 21~37년 된 것도 18.5%를 차지하고 있다. 또 수용소처럼 내무반별로 20~40명이 함께 몰려 생활하는 데다 병사 1인당 내무반 면적도 국방시설 기준 1.5평에 미달하는 0.7~1평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50명 정원에 75명이 칼잠을 자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미국·일본의 1인당 3평(내무반당 2~4명), 대만의 1인당 1.3평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것이다.
일부 부대에선 내무반이 모자라 비닐 하우스를 내무반으로 활용하고 있고, 여름에 내무반 온도가 30~38도까지 올라가 막사 위에 차양막이나 물뿌리개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더위를 피하고 있다.
특히 화장실의 경우 60년대에 지어진 재래식 화장실이 38%에 이르는 데다 변기 숫자도 병사 20명당 1개에 불과, 아침마다 ‘화장실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육군 서부지역 모 사단 관계자는 “재래식 화장실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병사들은 며칠 동안 ‘볼 일’을 보지 못하다 심한 변비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군의 한 고위 소식통은 “지난해 육군 자살자 75명 중 60명이 휴가·외박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기엔 군과 사회의 문화적 격차가 너무 큰 데 따른 스트레스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38년 이상 된 ‘A형 막사’는 지난 92~96년 1차 개수(改修) 작업을 끝냈고 내년부터는 완전히 뜯어고치는 개축(改築)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예산부족으로 10년 이상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범정부 차원의 관심과 예산 확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37년 된 ‘구형 막사’는 97년 개수작업에 착수, 오는 2007년까지 작업을 마칠 계획이지만, 이는 기존 건물의 내부구조를 바꾸는 정도여서 병영생활 개선을 위해선 현재의 침상형에서 침대형으로 바꾸는 등 근본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과밀도의 수용소식 내무반을 갖고 있다”며 “오는 2008년까지 5000여억원을 투자해 148개 대대 내무반을 개수 또는 개축할 예정이지만 소요량의 16% 수준에 불과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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