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서 가운데 의서(醫書)가 만 권을 넘는데도
사람마다 제 병을 스스로
치료하지 못하고
의술을 업으로 하는 자가 만 명이 넘는데도
사람을 살리지 못 한다."
사람의 일이란 묘해서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조직에서 벗어나게 되면 '혼자'서는 망연해진다. 때문에
우리 주위에는 조직 사회에서는 화려한 실력과 권위까지 발휘하지만 조직에서 한발만 벗어나면 숙맥과 같은 사람을 볼 수 있다. 이른바
‘회사인간’이라는 기능적 전문가들이다.
조직 생활이 길어질수록 창업의 기회는 점차 멀어진다. 잘 나갈 때야 조직의 권위를 빌어 자신의 위치를 내세울 수 있지만, 조직에서 퇴출되기라도 하면 무척 혼란스럽다. 특출한 기술이나 믿을 만한 자격증, 한두 해를 버틸 만한 밑천 등을 두루 갖춘 ‘준비된 퇴출’이라면 그나마 비벼볼 언덕이라도 있는 셈이다.
허나 대부분 '잘 나갔던 과거'에 의존하려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퇴출 후의 준비는 거의 없다. 게다가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경우 여느 초짜와 다름이 없는 신세다.
모아놓은 밑천이 있어 사업을 하려고 해도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망연해질 때는 허점이 많다. 이러한 틈을 파고드는 것이 온갖 투자 제의다. 묘한 것은 막상 ‘돈 버는 아이템’이니, ‘묻어두기만 하면 남는 장사’니 하는 말에 혹하여 이러저러한 투자를 벌이지만 한두 해도 지나지 않아 평생 동안 모은 알토란 같은 자본이 바닥난다. 남는 것은 등골이 시릴 정도의 냉엄한 현실뿐. 퇴직 자금을 굴려 돈 좀 만졌다고 하는 사람은 열에 한 명도 찾기 힘들다.
1931년 대구 비산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장 큰돈을 벌어주겠다는 솔깃한 꾐에 빠져 자기 돈은 물론
동네 사람 돈까지 날린 사례를 보자.
저녁 무렵 두루마기에 허름한 맥고모자를 쓴 40 초반의 사나이가 방문했다. 해가
기울어 더 갈 수 없다고 하룻밤 숙박을 청하였다.
아침이 되자 식객이 말했다.
"이번 지나는 길에 우연히 주인댁에 들러 막대한 은혜를 입었으니 그냥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은혜를
십분의 일이라도 보답하려고 합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나는 지전(紙錢)을 만드는 예기(藝才)를 가졌습니다. 다만 몇 원 돈이라도 주인께 만들어
올리고 갈 테니 지전와 색지(色紙)를 가져오십시오."
"지전을 만드신다?"
주인은 의심이 갔으나 행색이 헛소리를 할 위인은 아닌 듯싶어 지전 15원과 색지를 사다 주었다. 그는 주인 면전에서 종이를 우물쭈물 만지더니 순식간에 시퍼런 새 지전 몇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돈으로 쌀을 사오라고 하였다. 주인은 그 돈을 가지고 쌀을 사왔으나 그 후 아무 말썽도 없이 무난히 통용되었다. 주인은 어찌나 신기무비(神奇無比)한지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했지만 그저 기쁜 마음이 더 컸다.
식객은 말을 이었다.
"지폐 30원이면 60원, 100원이면 200원 배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지전을 많이 변통해주십시오."
주인은 그때 토지를 살려고 모아돈 200원과 그 동네 부근으로 돌아가면서 차입하여온 돈을 합하여 500원을 식객에게 주었다. 식객은 지전을 불과 몇 시간 만에 무한정 만들어 놓았다. 주인은 '이제야 귀인을 만나 거부(巨富)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른 침이 고였다. 그리고 항아리 속에다 지전를 모셔두었다.
식객은 이어 말했다.
"나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신(神)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외다. 미처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만 돈을 만드는 것보다도 은행 금고에 있는 돈을 날러오는 신법(神法)을 가지고 있습지요.“
이 비밀은 절대 지킬 것이며 항아리 속에 넣은 돈은 밀봉을 하되 손을 대지 말라고 분부를 했다. 주인은 신주단지 모시듯 떠받들고는 기쁜 마음이 머리꼭지까지 일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식객은
"내가 평양에 신당(神堂)을 모시고 있습니다. 한 번 그곳을 이삼일 내로 다녀오겠습니다. 안심하시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항아리에 손을 대지 마십시오."
엄중한 주의를 준 후 길을 떠났다. 그 후 이삼일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고 일주일이 지나도 식객의 소식이 묘연하였다. 의심이 난 주인이 항아리를 열어보자 지전은커녕 종이 한 조각이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졸부 마술을 부리던 사기꾼은 경찰에 잡혀 취조를 받게 되었는데 그의 말이 걸작이다.
“내가 사람을 속여 돈을 훔친 것은 사실이나 색지로 지전을 만들고, 어찌 은행 금고의 돈을 옮겨올 수 있겠소. 내 말을 믿고 돈을 내놓은 사람이야 일종의 도둑놈 심보가 아니오. 나보다도 몹쓸 죄는 속은 사람이올시다.”
먼저 삼팔선에서 사오정, 오륙도로 이어지는 조기퇴직은 가장(家長) 체면은 고사하고 가족의 생존을 위협받는 고통스러운 선택일
것이다. 준비 없는 퇴출이라면 백리(百里) 안개 속을 헤매는 것과 같다. 더구나 알량한 퇴직 자금으로 졸부(卒富)가
될 수 있다는 헛바람에 다 까발리고 패가(敗家)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좋은 사업이 있다, 이러저러 하게 돈을 굴리면 한목 번다는 정보는 실제 믿기 어렵다. 누워서 떡 먹을 사업수완이라면 누가 가르쳐 줄 것이며, 누가 당신의 돈을 대신 벌어주겠는가. 제 아무리 이익을 노리는 셈이 밝은 전문가라도 사업의 성공은 짐작을 할 수 있을 뿐 적중시키기 어렵다. 더구나 남의 꾀란 비는 구석이 많고 자신의 지혜가 될 수 없다.
사업이란 자기가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일을 배우고 기술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체험을 통해서 익혀야 된다. 체험에서 얻은 지식과 신념은 어떠한 이변에도 쉽게 굽히는 법이 없다. 이른바 시장 바닥에서 몇 번 판을 들어먹고 거기서 얻는 체험인 산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밑천이라고 하는 것이 어디 돈에만 한정할 것인가.
남의 집살이를 통해 돈을 모으기도 힘들지만, 자기 손으로 돈을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사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다. 퇴출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진작부터 푼돈으로 목돈 만드는 재주를 익히는 것이 좋다. 더 근본적인 것은 일찍부터 시장바닥에서 자신의 손으로 더듬고 몸으로 익히는 사업술을 익혀두는 것이 더 좋다. 그래야 퇴출 이후에도 온전히 가장 구실을 할 수 있는 알짜배기 사업 밑천을 마련하는 셈이다.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미래 성장 산업, 5T (0) | 2006.03.05 |
---|---|
[스크랩] 시간관리의 달인이 되어 2006년을 누리자 (0) | 2006.03.05 |
[스크랩] 100년 부자가 되는 비결 (0) | 2006.03.05 |
[스크랩] 비즈니스 상대의 이름을 기억하라! (0) | 2006.03.05 |
[스크랩] 공부 많이 시키는 회사가 성공한다. (0) | 2006.03.05 |